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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산책길] 수 백 살 느티나무가 살고 있는 시흥시 군자봉 숲길



빨리 걸을수록 손해 보는 숲길인 시흥시  군자봉 숲길을 소개해 드립니다.


오랜만에 울창하고 상쾌한 숲속 오솔길을 걸었다. 빽빽한 나무숲 덕택에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에도 나무그늘이 햇볕을 촘촘히 가려주었다. 숲속에 사는 새들이 들려주는 갖가지 음색의 노랫소리는 상쾌한 기분을 더해주었다. 산과 달리 봉우리가 품은 작은 오솔길은 아늑해서 걸음걸음이 가뿐하고 정겨웠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는 말을 체감했습니다. 



군자봉의 수호신, 성황목 느티나무

왠지 봉우리 형상이 점잖은 분위기가 날 것 같은 군자봉은 해발 198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꼭대기에 자리한 수 백 년 묵은 느티나무가 너른 품으로 찾아온 사람들을 반겨준다. 군자봉의 수호신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성황제가 열리는 곳에 사는 성황목으로, 군자봉은 우리의 무속 신앙에서는 영험이 있는 산으로 빼놓을 수 없는 영산(靈山)이라고 합니다.


군자봉에 찾아간 이유도 이 느티나무가 보고 싶어서였다. 중심이자 기둥인 큰 몸체에 잔가지들이 달려있는 보통의 느티나무와 달리, 군자봉 느티나무는 굵은 가지들이 모여서 하나의 나무를 이룬 독특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품이 넓은 이 나무 덕택에 그늘이 드리운 옆 정자 안에 들어가 앉으면 산바람이 솔솔 불어와 땀을 식혀줍니다.

  


 

 






군자봉은 매년 음력 10월 3일 마을의 평안과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성황제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성황제는 군자봉 이름의 유래와도 연관이 있다. 산 이름에 대한 여러 이야기 가운데 '굿'봉 유래설이 있는데, 산 정상에 있었던 성황사(城隍祠)에서 굿을 했던 사실에 연유한 것이다. 성황사는 흔히 서낭당이라고도 불렀습니다.


1960년대 새마을 운동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지역의 마을굿이 미신타파의 대상이 되어 폐지, 중단되었으나 '군자봉 성황제'는 아직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내고 있단다. 느티나무 옆 성황사지는 시흥시 향토유적이자 경기도 무형문화재이기도 합니다.


군자봉 성황제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 김부대왕(경순왕)을 신으로 모시는 것이 특징이다. 경순왕, 남이장군, 임경업 장군 등 우리 무속 신앙은 주로 한 많고 억울한 사람을 신으로 모신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황제는 중국에서 유래하였는데 성(城)은 성벽을, 황(隍)은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를 뜻한다. 해자란 동물이나 외부인, 특히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성(城)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합니다.


성황제는 지역수호의 필요성이 높았던 시기에 열렸던 행사로, 성곽도시의 수호신에 대한 제례의식이다. 군자봉에서 성황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조선 전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나와 있다고 합니다.


조선조 제6대 임금인 비운의 소년 왕 단종(端宗)이 안산 능안(陵內, 현 안산시 목내동)에 있는 생모 현덕의 묘소에 참배하러 가는 길에 이 산을 보고 산봉이 흡사 연꽃처럼 생겨 군자의 모습과 같다하여 군자산이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울창한 숲길, 좁은 오솔길이 걷기 좋은 군자봉

 

 




군자봉 정상에 있는 느티나무를 보려고 찾아갔지만, 봉우리로 가는 숲길, 오솔길이 걷기 참 좋았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나무들이 자외선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강한 햇살을 가려주었습니다.


강렬한 햇볕을 천막으로 가릴 때와 달리 나무는 햇살은 물론 뜨거운 열기도 줄여준다. 이런 일을 증산작용이라고 한단다. 식물체의 표면에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수분이 증기가 되어 날아가는 현상으로, 이러한 작용이 일어나면서 주변 온도를 낮춰준다. 

나무숲이 울창하다보니 들꽃도 많이 피어나고 꽃을 찾아온 나비들이 사뿐사뿐 날갯짓을 하며 눈앞을 지나갔다. 빨리 걸을수록 손해 보는 숲길이다. 갈림길에서 만난 이정표 팻말에 '사색의 숲'이라고 써있는데 수긍이 갔습니다.


걸음이 절로 느려지는 숲길 속에 나무 벤치와 함께 운동기구가 보였다. 이런 숲속에서 운동하는 동네 주민들이 부러웠다. 군자봉 아래엔 사색의 숲 외에도 가래골 약수터, 진덕사, 가래울 마을, 잣나무 조림지 등 가 보고 싶은 곳이 많습니다.

   

 

 




민가가 들어선 봉우리 자락 풍경이 정답다. 예쁘게 지은 전원주택, 시골집 주변으로 길고양이가 산책을 하고, 깻잎·고추가 자라는 텃밭 풍경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봉우리 중턱에 오르니 발 아래로 신도시 아파트가 한창 건설 중이다. 최근 시흥시를 지나는 서해선 전철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생겨난 모습입니다.


머지않아 군자봉은 신도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원이 될 듯하다. 다른 산처럼 군자봉도 올라가는 들머리가 많지만, 서해선 전철이 생기면서 찾아가기 편해졌다. 시흥시청역에서 내려 시흥시청사 정문으로 가면 '늠내길'이라는 안내 팻말과 함께 군자봉으로 가는 들머리가 나있습니다.  

 

 


민가에서 키우는 꽃들과 어우러져 피어난 금계국 등 여름 들꽃, 산딸기 등이 숲길 가에 풍성하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한주먹 따먹었더니 갈증도 사라지고 기운이 나는 게 신기한 알약같았습니다.


봄엔 벚꽃으로 사람들 얼굴을 화사하게 해주더니 여름이 오자 맛난 열매를 맺는 벚나무는 여행자에게 '벗'나무로 다가오는 고마운 나무다. 어릴 적 계란꽃이라 불렀던 예쁜 꽃 개망초가 지천에 피어났다. 이 작고 고운 꽃의 이름에 왜 '개'자를 붙였을까 했더니, 구한말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사연이 담긴 꽃이었다.

숲길 가에 빨간 산딸기들이 많아 무더운 날씨 속 갈증을 채워주었다. 풍요로운 여름 숲속 길에도 귀찮은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작은 날벌레다. 내 얼굴에서 나는 땀 냄새가 그리 좋은지 대여섯 마리들이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다행히 모기처럼 물지는 않았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렇게 열광적이고 매력적인 존재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벌레들을 쫓는 건지 아니면 반갑다고 하는 건지 모를 손짓을 하며 군자봉을 내려왔습니다.

  

* 찾아가기 : 서해선 전철 시흥시청역 - 시흥시청사 정문 옆에 들머리가 나있음. 
* 문의 : (031) 310-2342 - 시흥시 공원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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